생태와 산업 조화 이룬 마을 '해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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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시를 떠나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가노라면‘연어(大麻哈鱼)의 고향’으로 알려진 밀강향 해방촌이 아늑한 산자락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국경 근처에 위치한 이 마을은 변두리 지역 특유의 쓸쓸하고 황량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흰 벽에 회색 지붕을 얹은 조선족 민가들이 비탈진 땅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배렬되여 있으며 나무 울타리가 아담한 마당들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아늑한 삶의 향기이다. 말끔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 곳곳마다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 생태순환 랭수어 산업, 마을에 활기를
해방촌의 발전 비결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랭수어 산업단지이다. 이곳은 마을 특색 산업의 중심지로 마을 전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득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원천이다.
연어 육종 기지의 치어 부화장에 들어서면 현대식 전자동화 육종 장비들이 줄지어 배치되여 있어 치어의 번식 전과정을 철저히 지원하고 있다.
훈춘시 밀강향 종합서비스쎈터에서 근무하는 90후의 농업 담당자 윤장은 "기지에서 매년 얼마나 많은 치어를 양식하고 있나요?”라는 기자의 물음에“규모가 상당합니다.”라며 2단식 부화장치를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년간 약 100만개의 알을 부화시키며 수년간 운영한 결과, 생존률을 70%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장치는 상층에서 알이 부화되면 치어가 부화 직후 자연스럽게 하층 트레이로 내려가도록 합니다. 트레이 내부에는 인공 수초가 설치되여 있어 치어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잡아주며 자연 하천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합니다. 덕분에 부화된 치어의 체력은 더욱 우수합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많은 치어를 키우면 모든 치어가 팔려나가는 건가요?” 기자가 계속해서 물었다.
윤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부분은 밀강으로 다시 돌려보냅니다.”고 전했다.
매년 9월, 연어의 회귀 철이 시작된다. 연어들은 무리를 지어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수천 킬로메터를 헤염쳐 알을 낳는다. 이 시기는 강가에서 가장 북적이는 시점이다. 윤장은 “우리는 인공적으로 알을 채취하고 수정하여 치어가 부화하면 다시 한꺼번에 방류합니다. 강물은 물고기를 키우고 물고기는 강을 살립니다. 생태계가 이어짐으로써 우리의 자원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생태, 민생, 소득 증대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윈윈을 이루고 있다. 연어 양식 산업만으로도 마을 공동체는 매년 약 70만원의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고 있다. 번식 성수기에는 기지에서 마을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여 농민들이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윤장은 말을 마치고 시간을 확인한 뒤 즉시 옆에 있는 부화기 수온을 점검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의 날카롭고 자신감 넘치는 행동은 젊은 기층 간부가 고향에 정착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경의 작은 마을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 알뜰한 살림살이로 얻은 수익은 마을 건설에
부화장을 나서자 해볕이 따뜻하게 감싸왔다. 마을의 도로는 깔끔하게 포장되여 있고, 길가에는 쓰레기통이 정렬되여 있어 예전처럼 나뒹구는 장작이나 잡동사니는 보이지 않는다. 짙은 남색의 태양광 패널(光伏板)은 해빛 아래서 찬란히 빛나고 바람이 불어오면 볶은 콩의 진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냄새를 따라 몇걸음 걸으니 마을 당지부 서기인 박해란을 만났다. 린근 콩기름 공장에서 금방 나온 박해란은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반겼다.
훈춘시 부강재배전문합작사가 건설한 해방촌 콩기름 공장은 2023년에 가동을 시작했다. 기자가 공장에 들어서자 자동 착유기가 작동하며 황금빛 콩기름을 천천히 내보냈다. 고소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박해란은 기름병에 반쯤 기름을 담아 흔들며 말했다. “이 기름은 정통 압착 방식으로 만들었고 또 전부 비유전자변형 대두만 사용하기 때문에 고소함이 정말 뛰여납니다.”
이 고소한 향 하나만으로도 마을의 콩기름은 판매 걱정이 없다. 그녀는 “일년에 7개월 동안 생산하며, 하루에 6,500근의 대두를 사용하면 700근의 기름과 5,000근의 대두전(豆饼)를 얻습니다. 저희는 대당(大唐)훈춘발전소와 중국남방항공 길림 지사와 이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로 인해 마을의 년간 수입은 거의 4만원이 늘어납니다.”
마을 길을 따라 천천히 거닐며 박해란은 기자에게 마을의 ‘살림살이’를 하나씩 소개했다. "랭수어가 대표 특산물이며 태양광 발전은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하고 정통 압착 콩기름은 주민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소규모 산업입니다. 지난 5년간 마을 공동체가 벌어들인 총액은 약 443.3만원에 이릅니다. 모든 돈은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고, 마을 실정에 맞게 사용했습니다.” 이 돈은 3.92킬로메터 아스팔트 도로 정비, 1,400메터 이상 되는 쌀겨 도랑(米边沟)과 2,200메터 이상의 하수관망 설치, 34가구의 실내 수세식 화장실 교체, 식수원 전면 보수 등에 사용됐다.
문화 광장을 지나니 몇몇 어르신들이 긴 복도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옆 게이트볼 경기장에서는 촌민이 느긋하게 게이트볼 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박해란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단 2년 동안 마을에서 위험한 건물 4채와 페기된 창고 및 우리 3채를 철거하였으며 1,000메터가 넘는 울타리를 정비하고 4,100여그루의 화초를 심었다. 이와 함께 20여차례에 걸쳐 주거 환경을 집중 정비했다.
이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각 집의 마당이 깨끗하게 정리되여 있었고 조선족 특유의 비첨(飞檐)이 나무 그늘 사이에 드리워져 있어 곳곳에서 정성스러운 일상이 엿보였다. 72세의 최미화 할머니는 집 앞 대문에 앉아 기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흙길이 울퉁불퉁해 비가 오면 온통 진흙이였어요. 그런데 지금 보세요. 길도 평평해지고 가로등도 밝아졌고 집 앞뒤가 모두 깨끗해졌어요. 밥 먹고 나면 광장에 나가 산책도 하고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할머니의 눈가에는 흐뭇함이 가득했다.
■ 청산록수에 써내려 가는 향촌진흥의 답
마을 안쪽으로 걸어가자 ‘사사삭’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주민 한태일의 목조각 작업 마당이 드러났다. 대문은 활짝 열려 있으며 마당에는 크고 작은 목재와 미완성 작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갓 자른 나무의 상쾌한 향기가 감도는 가운데, 한태일은 의자에 앉아 조각칼을 손에 쥐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 한 조각을 다듬고 있었다.
기자가 들어오자 그는 작업을 멈추고 탁자 옆에 놓인 작은 조각품 몇개를 건네주었다. 동그랗고 통통한 다람쥐와 독특한 모양의 산열매... 모든 조각품은 매끄럽고 윤기 있게 다듬어져 있었으며 나무의 고유한 결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다 산에서 주워 온 마른 나무로 조각한 것입니다.” 한태일이 전했다. 그는 예전에 산에서 작업하던 중 모양이 좋고 나무결이 아름다운 마른 나무를 발견하면 집에 가져와 다듬으면서 작은 조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이 기술은 곧 생계 수단이 되였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석양이 마을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각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여오르며, 바람에는 밥 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마을 입구의 돌다리에 앉아 푸른 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이 작은 마을의 일상이 발아래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겉보기에는 잔잔하고 고요하지만, 그 아래에는 끊임없이 솟구치는 생명이 감추어져 있다.
강을 품고 연어 생태계를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해왔다. 산을 배경으로 태양광 발전과 콩기름 생산이 안정적인 소득 창출 수단 수단으로 자라 잡았다. 변함없는 성실함으로 이 마을은 길림성의 ‘문명촌진’과 연변주 ‘주거환경시범촌’ 등 여러 영예를 수상하며 명성과 실력을 모두 갖추게 되였다.
떠나기 직전, 박 서기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빠른 길을 추구하지 않고 오직 실속을 바랍니다. 한 걸음씩 성실히 나아간다면 날마다 발전할 것입니다.”
산이 높고 길이 먼 이곳, 세월은 유유히 흐른다. 이 강물이 키운 작은 마을은 부지런한 촌민들의 손길로 매일 더욱 번영하는 삶을 일구고 있다. 해방촌은 향촌진흥의 답을 이 마을 청산록수 속에 담아냈다.
해방촌 촌민 최미화가 기자에게 마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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